재고관리, 대기업 vs 중소기업 어디가 더 어려울까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 재고관리는 어디가 더 어려울까요? 사람도 많고 시스템도 잘 갖춘 대기업이 더 수월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10년 넘게 재고관리와 수요예측 일을 하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양쪽을 겪어 보니 어디가 더 어렵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어려운 부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통 중소기업은 시간이 모자라서 어렵고, 대기업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어렵습니다.

중소기업은 시간이 모자랍니다
중소기업에는 재고관리를 전담하는 사람이 따로 없는 곳이 많습니다.
대표님이 직접 발주까지 하는 곳도 많고, 영업팀이나 온라인 MD, 구매팀이 본업을 하면서 재고까지 같이 챙기는 곳도 많습니다.
그러니 재고에 쓸 시간이 애초에 없습니다.

그럼 이런 회사의 수요예측에서는 무엇이 중요할까요? 매출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시장 수요, 가격, 광고 계획입니다.
광고를 늘리면 판매가 늘고, 가격을 바꿔도 판매량이 달라지니까요.
문제는 이걸 제대로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시간을 더 쓰라는 조언은 중소기업에 맞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대기업은 얽힌 이해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도 많고 시스템도 갖춘 대기업은 어떨까요? 대기업은 시장 수요만 봐서는 안 됩니다. 회사의 매출 목표와 부서 간 이해관계까지 매출에 같이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매출 목표가 정해져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데이터가 가리키는 숫자보다 목표에 맞춘 숫자가 예측값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수요예측에 온갖 조작이 가미되기도 합니다.

숫자를 두고 부서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만으로는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S&OP(Sales and Operations Planning) 회의가 필수가 됩니다.
판매 계획과 공급 계획을 부서끼리 모여 맞추는 과정으로, 영업·마케팅·전략 같은 부서가 하나의 예측값에 함께 합의합니다.
대기업 수요예측은 데이터만으로 정확도를 높일 수 없어서, 부서 간 협업이 관리 포인트입니다.

수요예측 프로그램도 다릅니다
이 차이는 수요예측 프로그램에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대기업용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예측값을 하나하나 입력하거나 예측 로직을 직접 짜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쓰는 데만 시간을 상당히 들여야 활용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중소기업용 프로그램은 어때야 할까요?
시간이 모자라니까 시간을 최소한만 들여도 효과가 나야 하고, 그러려면 자동화가 많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대기업용 프로그램: 예측값을 직접 입력하거나 예측 로직을 직접 설계하고, 활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듭니다.
중소기업용 프로그램: 자동화가 많아 최소한의 시간만 들여도 효과가 납니다.
자동화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화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자동화가 많을수록 정교함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예측엔진 하나가 SKU A에는 잘 맞아도 SKU B에는 안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자동화를 안 하는 게 나을까요? 시간이 모자란 중소기업에는 자동화가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거기서 끝나면 정확도를 더 올리고 싶을 때 손쓸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확도에 욕심이 날 때 직접 조정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면 가장 좋습니다. 예를 들어 예측이 안 맞는 SKU B만 골라 숫자를 고치고, 나머지는 자동으로 둡니다.
판매량이 큰 SKU들은 프로모션 계획이나 전략에 맞춰 따로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재고관리 정리
중소기업은 시간이 부족해서, 최소한의 시간으로 효과를 내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은 이해관계가 얽혀서, 부서 간 협업이 관리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어디가 더 어렵다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듭니다. 각자 어려움이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중소기업과 일하는 게 더 재미있고 보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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